3박 4일 체코 프라하 여행: 프롤로그

프랑스에 오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살기 시작하면 바캉스 때마다 주변 국가로 열심히 여행 다녀야지 생각했었지만, 몇 년 동안 프랑스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의 여행은 이번이 딱 두 번째다. 첫 번째 마저도 여행이라고 보기에는 살짝 애매한 게 여행을 갔다기보단, 독일 친구네 집에 가서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네 집 안에서만 보냈다.

프랑스에서 만난 지인들은 물론 한국 지인들 또한 바캉스 때마다 다들 짐 싸들고 이 나라 저 나라 떠나던데 왜 난 떠나지 못하는 걸까?

오랜 생각 끝에 찾은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게도 나의 천성 때문. 원체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나에게 여행은 너무나도 큰일이다. 여행지를 정하고, 비행기(또는 기차)와 숙소를 예약하고, 계획을 세우고 또 짐을 챙기는 것까지 나에게는 다 너무 큰일이다. 6주마다 돌아오는 이 소중한 바캉스 때 이런 큰일을 할 수 없다. 그냥 집에서 오롯이 쉬어야지. 막상 여행을 떠나면 나도 즐거워한다. 근데 떠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 버겁다. 그래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,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사람이 나에게 먼저 '같이 여행 가자!'라고 제안하지 않은 이상, 난 잘 떠나지 않는 것 같다.

이런 나에게 나를 좋아해 주고 아껴주는 몇몇의 친구들은 '보리야, 프랑스에 있을 때 여행 많이 다녀! 나중에 후회한다.'라고 귀가 닳도록 말했다. 심지어 지난 8월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만난 한 선생님께서도 '보리야,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야. 유급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열심히 여행하고 경험하는 게 인생에서 더 남는 거야.'라고 말씀하셨다. 맞다. 친구들의 말과 선생님의 말씀에 백 번도 더 넘게 동의한다.

그래서 다짐했다. 24/25년에는 반드시 프랑스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로. 지난 N년 동안 프랑스 도장뿐이었던 내 여권 사증란에 다른 나라 도장 한 개는 찍고 말 것이라고.

그리고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! 너무나 고맙고 반갑게도 내가 정말 아끼는 한 친구로부터 '언니, 같이 프라하 갈 생각 있어요?'라는 연락을 받았다.

그렇게 이번 여행은 시작되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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